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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도에서 '백수'로 살기로 했다.


제주도 남쪽에 있는 작은 섬, 가파도.
섬 면적의 반 이상이 보리밭으로 이루어져
봄에는 청보리가,
초여름이면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곳에
2년 전, 막무가내 터를 잡은 청년들이 있다.

차성진(40), 곽상훈(30), 신현정(27) 씨는 
무전여행으로 가파도에 왔다가 
짐가방 하나 들고 그대로 눌러앉았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귀촌이나 귀어도 아니고....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육지 아이들’.

당최 뭘 해서 먹고살려는지...
배고프면 넉살 좋게 이웃 주민들 집에 찾아가

 밥을 얻어먹는가 하면,
밤이면 밤마다 집에 둔 노래방 기계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아직은 이른 여름 날씨에, 

물안경까지 챙겨 바다 수영을 한다.
집에 있을 땐 잠옷만 입고 널브러져 있는 세 사람,
게다가 자신들을 스스로 백수는 백수지만, 

“위대한 백수”라고 말하는데...

 


숨 가쁘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속도도, 

방향도 정반대.
가파도 유일한 ‘MZ 세대’인 이들은 

대체 여기에 왜 온 것일까?



# 남자 둘 여자 하나의 수상한 동거?!


백수들의 인연은

상훈 씨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현정 씨와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고,
성진 씨는 졸업한 후 입사한 회사의 사수였다.
각종 문화행사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했던 세 사람
나이와 성별, 하다못해 성격이나 취향까지 달라
매일 티격태격하기 일쑤지만, 

유난히 뜻은 잘 맞았다.

돈보다는 사람이, 

성공보다 행복이 중요했고
나 혼자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치고 싶었던 세 사람.
이 해맑은 이상주의자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답사를 다녔고, 
드디어 가파도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첫째 성진 씨는

 백수들의 고문이자 정신적인 지주, 
제주 말로 ‘샛거’인 

둘째 상훈 씨는 리더이자 대표, 
막내 현정 씨는 실무 담당.
집안은 방문 대신 커튼을 달아서 

서로의 24시간을 속속들이 공유했고,
집안 살림도 나이, 성별 상관없이 분담한다. 
생활비는 각자 벌어서, 공금으로 함께 쓰는 구조...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그들은 가파도에서 1년 반을 살았다. 
팀명은 “위대한 백수”라는 그들은, 
말하자면 함께 사는 가족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인 것이다.


# 백수인 듯 백수 아닌... '촘말로 요망진 것들'


돈 한 푼 없이 정착한 세 청년의 섬살이가
처음부터 쉬었던 것은 아니다. 
한겨울에 냉수만 나오는 교회에서 지냈고
폐가를 고쳐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했건만
여름에는 혹독한 더위가,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로 갖은 고생을 했다.
당장 일정한 수입도 없는 상황...
가파도는 한가롭기는커녕, 

매일매일 생존을 걸고 살아야 하는 곳이었다. 

 


세 사람은 애초 세웠던 계획은 내려놓고, 

가파도에 스며들 듯 살기로 했다. 
보리 수확을 할 때는 농부로, 
폐가를 수리할 때는 목수로... 
해녀들을 도울 때는 어부로.... 
심지어 의용소방대로 자원해서, 

막중한 책임을 떠맡기도 했다. 

 



그래서 세 사람이 정의한 백수란,
‘무엇에든 도전할 수 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
그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육지 아이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요망지다(야무지다)’며 눈도장을 찍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요망진’ 육지 것들이 잘살 수 있도록,
연세 100만 원에 집을 내어주는가 하면
혹시나 굶고 지낼까, 몰래 와서 텃밭을 갈아주고,

 모종을 심어두고 사라진다. 

어르신들이 거두어주신 덕분에,
육지에서 온 세 사람은 

어느새 가파도 청년으로 푹~ 스며들고 있다.


# 가파도를 위한 '위대한(?)' 프로젝트

가파도 주민들과 함께 잘 먹고 잘살고 싶다는 꿈이 생긴 백수들.
매일같이 어른들과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마을 일들도 생겼다.
가파도가 청보리로 유명해진 후 
쏟아지는 관광객들 때문에 환경은 훼손되었고, 
수확한 보리는 싼값에 판로도 한정적이었다. 
문화콘텐츠를 기획했던 ‘위대한 백수’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가파도 특산물 보리를 가공, 판매할 매장을 만들기 위해 
쓰레기로 가득했던 폐창고를 수리하는가 하면, 
식당과 사진 촬영지 중심이었던 관광지도 대신
가파도의 역사와 주민들 삶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마을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가파도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알리기 위해, 
안내 영상도 만드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백수들에게도 고비가 찾아온다.
로컬 매장에서 판매할 메뉴를 개발하며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지만,
참혹한 혹평에 회초리를 흠씬 맞은 기분.
실의에 빠진 것도 잠깐, 세 사람은 한라산 정상을 오르며 
다시 ‘백수의 정신’을 무장하는데...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위대한 백수'
오늘도 백수인 듯 백수 아닌 백수로, 가파도에서 살고 있다.

 



1부 줄거리


제주도 남단, 가파도에
용감하게 눌러 앉은 성진, 상훈, 현정 씨

그들의 팀 이름은 '위대한 백수'
집이자 회사인 공간에서
일도 함께, 생활도 함께한다.

가파도 보리를 가공해 팔기 위해
폐창고도 수리하고 있다.

보리 수확철을 맞아
일손을 거들러 간 상훈 씨...
추락한 새끼제비를 보고
어쩔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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